/그래픽=디미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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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만 퍼주는 연애, 이제 그만 '샤랍(Shut Up)"

'샤랍'하며 답답한 연애를 멈추라고 조언하는 샤랍킴. 그녀의 정체는 연애상담 박사로 유명한 김지윤 소장이다. 샤랍킴은 메타버스 채팅 플랫폼 '오픈타운'에서 활동하는 김 소장의 '부캐'(부캐릭터)다. 사람들은 자신만의 부캐를 설정하고 채팅방에 입장해 샤랍킴과 대화를 나눈다.

그동안 다소 모호하고 추상적으로 느껴지던 메타버스는 알고 보면 이미 우리 일상 속에 속속 스며들고 있다. 꼭 가상현실(VR) 기기를 뒤집어 쓰고 허공에 손짓하는 이미지를 떠올릴 필요는 없다. 우리가 매일 대화하는 '카카오톡' 같은 플랫폼들도 속속 메타버스에 올라타고 있기 때문이다.

아침에 눈을 뜨고 밤에 눈을 감을 때까지, 가장 사소한 일상의 대화까지도 메타버스에서 이뤄지는 세상이 열렸다.


메신저 플랫폼, 메타버스로 진화하다

낯설게 느껴졌던 메타버스가 일상까지 침투한 것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영향이 컸다. 코로나19로 대면 활동이 눈에 띄게 줄면서 인간의 기본 욕구인 사회적 소통에 대한 갈증이 메타버스 시장으로 빠르게 옮겨붙기 시작했다. 메타버스는 관계맺기에 대한 깊은 몰입감을 안겨주며 다양한 메신저 플랫폼에 적용되기 시작했다. 메타버스 메신저 플랫폼을 개발하는 스타트업이 속속 등장했고, 이젠 대기업이 된 카카오도 뛰어들었다.

스타트업 마인드로직은 지난 2월 '오픈타운'이라는 서비스를 론칭하며 메타버스 메신저 플랫폼 시장에 야심차게 뛰어들었다.  이 서비스는 나만의 부캐가 오픈타운이란 가상의 공간에서 다른 사람과 교류하는 구조다. 부캐는 대화를 많이 할수록, 활동을 많이 할수록 사용자의 실제 모습과 닮아가도록 설계됐다. 오픈타운에 접속해있지 않은 시간에도 나의 부캐는 활발히 활동하며 친구도 만든다. 메타버스 공간에서 다양한 관계맺기가 이뤄지는 셈이다.

메타버스 채팅 플랫폼 '오픈타운' /사진=마인드로직 제공
메타버스 채팅 플랫폼 '오픈타운' /사진=마인드로직 제공

'국민 메신저' 카카오톡을 개발한 카카오도 메타버스 메신저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카카오는 카카오톡을 기반으로 한 텍스트 중심의 메타버스 오픈채팅 서비스를 선보일 예정이다. 이를 위해 'V2'와 'O' 테스크포스(TF) 조직을 발족했다. 'V2' TF는 게임 콘텐츠를 섞어 텍스트 기반 채팅 서비스를 개발한다. 이용자가 계정을 만들고 채팅을 통해 가상세계를 체험하는 형식이다. 'O' TF는 이미지, 영상, 음악 등 다양한 요소를 더한 오픈채팅 메타버스를 만들고 있다.

기존의 메신저 플랫폼 또한 메타버스로 변신에 나서고 있다. 세계 최초의 일상 대화 챗봇으로 불리는 '심심이'는 '심심이 V2'로 진화하며 메타버스 플랫폼으로 도약을 선언했다. 심심이 V2에서는 자신이 원하는 아바타를 생성해 다른 이용자와 교류할 수 있다. 이용자들은 서로의 심심이를 부캐삼아 다양한 재미와 공감 요소, 지식, 정보 등을 나누게 된다.

메타버스 메신저, 핵심은 '롤플레잉'

메타버스 메신저의 성패는 얼마나 '몰입' 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할 수 있느냐에 달렸다. 가상의 환경에 실제 세상만큼 몰입하기 위해선 일종의 '롤플레잉'(역할수행)이 필요하다. 현실 세계와 분리된 메타버스 속 '또 다른 나'로 존재하기 위해선 가상 환경에서 다양한 활동을 수행하면서 사람들을 만나고, 새롭게 만들어진 인간관계를 바탕으로 대화를 이어가며 커뮤니티를 구성한다.

많은 메타버스 메신저의 관문으로 '부캐' 설정이 이뤄지고 있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마인드로직의 오픈타운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자신만의 부캐를 가지고 활동하고 있다. 현재 오픈타운에는 연애상담 박사 김지윤 씨, 수험생들의 멘토로 익히 알려진 미미미누 등이 활동 중이다. 이들은 메타버스 상에서 현실의 자기 캐릭터를 살린 또 다른 자아를 만들어 인기를 끌고 있다. 김지윤 씨는 답답한 연애 고민에 '샤랍'을 외치는 '샤랍킴'으로, 조언이 과다해 훈수까지 이어지는 미미미누는 '훈수봇'으로 변신해 몰입감을 높이고 있다.

메타버스 메신저 플랫폼을 만들고 있는 카카오 역시 롤플레잉을 강조하고 있다. 카카오는 이용자의 몰입을 일으키기 위한 전략으로 '게임' 콘텐츠를 꺼내 들었다. 각종 미션을 수행하면서 아이템을 획득하고 사용하는 '게임 세계관'을 도입해 몰입감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또 오픈채팅을 만들면서 음악, 영상, 이미지 등 다양한 디지털 형태소를 활용하는 것도 몰입 요소를 늘리겠다는 전략이다.


메타버스 메신저 시장 커진다

메타버스 메신저 플랫폼은 향후 더욱 활발히 개발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코로나19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온라인 상으로 사회적 관계를 지속할 수 있는 대안을 제시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사용자들은 비대면 소통문화에 이미 너무도 익숙해져버렸다. 

시장 규모 또한 커지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마켓앤마켓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전세계 대화형 AI 시장 규모는 2021년 68억달러(약 8조2960억원)에서 2026년 184억달러(약 22조4480억원)로 연평균 21.8% 성장할 전망이다. 실제 마인드로직이 개발한 오픈타운은 현재 누적 가입자 수 11만 명, 하루 평균 대화 시간 45분을 기록하는 등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점점 더 사람을 닮아가는 AI가 메타버스 채팅과 만나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시대가 본격 열리고 있다"며 "스타트업은 물론, 1세대 IT 대기업 및 통신사들까지 가세하고 있는 만큼, 앞으로 더욱 흥미진진한 경쟁 구도가 펼쳐질 것으로 기대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