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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과세 한도 확대 공약, 주식 양도세 공약과 함께 봐야
우선 ‘가상자산 투자소득 5000만원까지 비과세’ 공약은 윤 당선인이 1월19일 발표했을 때 반응이 꽤 뜨거웠다. 입법이 필요하지만 아직 구체적인 내용과 실현 계획은 알려지지 않았다. 발표 내용만으론 비판과 지지 모두 의미가 없다.
우선 전문가들은 이 공약에 대해 “발표 내용보다 훨씬 복잡할 것”이라고 말한다. 한 가상자산 전문 변호사는 “가상자산만 비과세 한도를 늘리겠다는 게 아니라 가상자산과 주식 투자소득을 모두 합해(통산)서 소득이 5000만원을 넘을 때에만, 넘는 금액에 대해 세금을 내는 방향으로 바뀔 것 같다”고 말했다.
현재 소득세법은 가상자산(기타소득)과 주식(금융투자소득)을 따로 분류해 뒀다. 가상자산은 2023년부터 250만원 이상의 투자소득에 대해 25% 세금을 낸다. 주식은 2023년부터 5000만원 이상의 양도차익에 대해 20%를 과세한다.
그러나 공약은 둘을 모두 금융투자소득으로 묶고 가상자산과 주식 투자의 득실을 모두 합쳐 계산(통산)한 뒤 전체 5000만원이 넘는 투자소득에 대해서만 20%의 세금을 매기게 될 거라는 뜻이다.
결국 가상자산 과세는 주식 양도세와도 얽힐 수 있다는 말이다. 그러나 양당은 선거 때 주식 양도세에 대해 입장이 달랐다. 게다가 6월 전국동시지방선거가 끝나면 여야가 국회에서 어떤 모습으로 마주할지 알 수 없다. 지금은 새 정부 초기라 사이가 나빠 보이지 않을 뿐이다.
게다가 대선 직전부터 국민의힘에서 ‘가상자산 과세 추가 유예’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올해 1월부터 과세할 것을 내년 1월로 1년 미뤘는데 또 미루자는 뜻이다.
과세한도를 늘리자는 공약이 먼저인지, '과세 1년 더 유예' 주장이 먼저인지도 혼란스럽다. 과세 유예의 정당성을 검토는 했는지도 궁금하다. 어느 쪽이건 입법이 관건이다.
디지털자산기본법, 처음부터 다시 정부 입법
둘째, 디지털자산기본법 제정도 입법이다. 가상자산 시장을 규제하고 감독할 법률을 새로 만들어야 한다. 여야 모두 새 정부에선 정부 입법을 예상한다. 의원들이 아니라 정부 담당 부처(금융위원회)가 법안을 발의하는 방식이다.
지난해 새 법안(가상자산법)은 모두 의원들이 발의했다. 지난해 5월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처음 발의했고 이후 8개월간 다른 의원들이 7건을 더 발의해 모두 8건이 됐다. 관련법 개정안 7건까지 더하면 모두 13건이다.
그러나 지난해 11월23일 국회 정무위원회 법안심사1소위원회 마지막 회의에서 여야는 합의하지 못했다. 충분한 검토가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정무위는 당시 금융위원회에 “연구기관에 의뢰해서 전체 법안들의 통합안을 제출해 달라”고 요청했다. 아직 통합안은 마련되지 않았다. 새 법 만드는 게 그만큼 어렵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새 정부에선 정부 입법안 마련에 시간이 많이 걸리지 않을 것”이라고 했지만 국회 처리까지 낙관할 수 있을까.
지금 거래소들에 IEO 맡기는 건 괜찮을까
셋째, IEO 방식의 국내 ICO를 적극 검토하겠다고 했다. 윤 당선인은 1월19일 “투자자가 거래소를 통해 코인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또 “거래소가 중개인이 돼 프로젝트와 투자자 사이에서 검증자와 중개 역할을 맡으면 위험을 줄일 수 있다”고 했다.
설명대로라면 업비트, 빗썸, 코인원, 코빗에 가상자산 발행의 초기 책임을 지게 하면 투자자들을 안전하게 보호할 수 있다는 뜻이다.
그러나 과연 거래소들이 보장하고 약속해서 코인을 판매하면 투자자는 믿어도 될까. 전문가들은 “지금은 그렇다고 생각하기 어려운 이유가 많다”고 말한다.
왜냐면, 현재 가상자산 거래소엔 매매중개, 체결, 청산·결제, 예탁, 상장 기능이 모두 다 집중돼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증권시장에선 서로 다른 기관들이 나눠서 맡고 있는 기능을 가상자산 거래소들은 모두 독점하고 있어서 근본적으로 불공정거래를 차단하기 어려운 구조”라고 말한다.
이지언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지난해 8월 보고서 ‘가상자산거래업, 이해상충 규제의 필요성’에서 “(가상자산 거래소들엔) 다수 기관의 참여를 통한 상호견제와 감시 기능이 없기 때문에 거래업체가 고객 대리인으로서 의무보다 자사 이익을 우선할 수 있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거래소들은 지난해 9월 정부에 신고하고 허가를 받았지만 투자자들은 아직도 어떤 코인이 어떤 목적으로, 누구의 돈과 개입으로 발행되고 판매되는지 투명하게 알기 어렵다. 어떤 거래소도 아직 상장심사위원회 규모와 구성, 운영 방식을 자세하게 공개하지도 않았다. 그걸 강제할 법도 없다.
새 정부 가상자산 공약 분석 연재한다
넷째, ‘NFT 활성화를 통한 디지털자산시장 육성’ 공약은 다른 공약들처럼 추측하거나 분석할 실마리도 부족하다. 지난해 의원들이 발의한 가상자산법안과 관련법 개정안 13건 어디에도 NFT를 규제나 육성 대상으로 다루지 않았다. NFT는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야 비로소 의원들이 언급하기 시작했다.
이처럼 윤 당선인의 공약은 알려진 것보다 모르는 것이 더 많다. 올 가을 정기국회나 열려야 대강의 모습을 알 기회가 생길 수 있다. 그러나 6월 지방선거가 끝나면 정치권이 과연 가상자산 정책에 얼마나 관심을 가질지도 의문이다. 투자자들의 궁금증과 우려는 오래 방치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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