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엑스 지하에는 다소 이상한 편의점이 있다. 위치를 알고 싶은 상품을 허공에 물어보면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누군가 알려준다. 결제를 위한 카운터도, 사람도 없다. 그저 물건을 집어들고 나오기만 하면 자동으로 결제가 완료된다.
신세계아이앤씨가 구축한 '완전스마트매장'은 그야말로 신세계다. 이 회사는 자체 리테일 테크 브랜드 '스파로스(Spharos)'를 필두로 유통업계 디지털전환(DT)을 이끌고 있다. 스파로스는 '스마트 파로스'의 약자로, 파로스는 과거 세계 중심이었던 알렉산드리아에 있는 최초의 등대다. 즉, 유통업계 DT의 '길잡이'가 되겠다는 포부가 태생부터 담겨있는 셈이다.
서울 중구 본사 사옥에서 만난 한수웅 신세계아이앤씨 R&D 담당 인공지능(AI) 솔루션팀 팀장은 "알렉산드리아는 파로스 덕분에 세계 상업의 중심지가 됐다"며 "신세계아이앤씨도 스파로스 브랜드를 통해 사용자들이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발전시켜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판 '아마존고' 완전스마트매장, 목표는 '원데이 스토어'
지난해 9월 신세계아이앤씨는 서울 코엑스 스타필드에 완전스마트매장을 열었다. 이 매장은 상품을 고른 후 들고 나가기만 하면 자동으로 결제가 되는 무인 매장을 말한다. 이 매장은 스파로스의 모든 기술이 총 집약된 DT의 '정수'다.
신세계아이앤씨 외에도 국내에서 무인 스마트매장을 운영하는 기업은 존재한다. 다만 이 매장이 특별한 이유는 회사 사옥이나 연구실 등 폐쇄된 환경이 아닌 일반 고객들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덕분에 1년간 신세계아이앤씨는 고객 5만명이 결제한 4만건의 데이터를 확보했다. 그러나 이는 내부적으로 큰 도전 과제였다고 한 팀장은 회상했다.
그는 "자율주행차와 마찬가지로 기술 안정화 수준이 크게 높지 않았는데, 이러한 상황에서 일반인들이 자유롭게 이용하는 매장을 오픈할 수 있는지에 대한 챌린지가 있었고, 실제로 고생도 많이 했다"며 "그러나 실험실 내에서만 매장을 운영했다면 지금처럼 개선 속도가 빠르지 않았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한 팀장은 "매장을 오픈하고 나서 1년이 지났고 고객 5만명 방문, 결제 데이터 4만건이 발생했다"며 "정부가 약속한대로 내년까지 운영한다고 하면 약 15만건의 결제 데이터가 쌓이고, 이를 기반으로 기술을 더 많이 발전시킬 수 있다"고 덧붙였다.
1년 사이에도 많은 기술적 진전을 이뤄냈다. 그 중에서도 완전스마트매장의 근간을 이루는 '컴퓨터 비전' 기술 고도화는 이전에 불가능하던 일을 가능케 만들었다. 컴퓨터 비전은 AI기술의 일종으로 다양한 센서를 통해 획득한 데이터를 통해 ▲고객 위치 추적 ▲행동 인식 ▲상품 식별 등을 구현한다. 즉, 스마트 무인 매장에서 가장 핵심이 되는 기술인 셈이다.

한 팀장은 "처음 매장 오픈 후 가장 큰 문제가 유모차나 어린아이에 대한 문제였다"며 "어린아이가 어른 뒤에 숨을 경우 잘 인식이 안됐다"고 설명했다. 이외에도 사람이 서로 근접한 상태에서 구매하는 경우에도 인식 오류가 발생했다. 그러나 현재는 이같은 문제를 말끔히 해결했다.
편의성을 높이는 새로운 기술도 확보했다. 무인 매장 운영에 있어 가장 중요한 '상품 학습' 과정이 간소화된 것이다. 과거에는 새로운 상품이 들어오면 별도로 마련된 '상품 학습기'로 사람이 학습을 진행한 반면, 현재는 신상품을 선반에 두기만 하면 기존 상품 사진 속 형태 등을 기반으로 자동 학습이 이뤄진다. 이는 완전스마트매장 상용화에 한 발짝 더 다가간 중요한 성과라고 한 팀장은 강조했다.
그는 "처음 코엑스 매장을 오픈할 당시에는 상품 학습기가 별도로 있어 학습을 시키고 진열하는데만 3~4일이 걸렸기 때문에 실용화할 수 없는 기술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그러나 현재는 선반에 신상품을 두면 기존 상품 사진을 기반으로 2~3일만에 학습을 완료할 수 있다"고 말했다.
고도화된 컴퓨터 비전 인지율을 확보한 신세계아이앤씨의 다음 과제는 인증 및 입장 수단이다. 매장에 입장하려면 키오스크를 통해 QR코드를 발급받고 결제 수단으로 사용할 카드를 등록해야해 일부 고령 사용자들이 불편함을 겪는 사례가 있었기 때문이다.
한 팀장은 "지금 고민하는 부분은 편리한 인증 및 입장 수단을 만드는 것"이라며 "현재의 경우 구매하고 나가는 과정은 간편하지만, 인장가지의 과정이 어려운 부분이 있어 해결책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또 하나 집중하고 있는 영역은 매장에 있는 단위 선반과 카메라, 라이다(LiDAR), 컴퓨터 비전 기술을 모듈화하는 것이다. 실제 서비스를 사용화할 경우 구축 시간과 기술 비용을 절감하려는 목적이다. 이를 통해 '원데이 스토어(가제)'를 구현하겠다는 포부다. 실제로 신세계아이앤씨는 코엑스에 위치한 1호점 외에 현재 준비 중인 2호점을 모듈형 매장으로 설계할 예정이다.
NFT 플랫폼 띄우는 신세계아이앤씨
신세계아이앤씨는 스파로스 브랜드에 새로운 솔루션을 추가할 계획이다. 바로 대체불가능한토큰(NFT) 플랫폼이다. 지난 6월 업무협약(MOU)를 체결했던 헥슬란트와 협업해 기업이 쉽게 NFT를 발행하고 관리할 수 있는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 블록체인 서비스를 개발 중인 것이다.
이는 디지털 보증서 뿐만 아니라 장기적으로 멤버십, 포인트 혜택과 연계해 리테일·커머스에 최적화된 서비스로 만들어내는 것이 목표다. 특히 프라이빗 블록체인 기반으로 구축해 저렴한 가스비를 책정하고, NFT 기반 서비스를 원하는 기업들을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한 팀장은 "최근 NFT 플랫폼에 대한 니즈가 늘어나고 있어, 자체 구축해 관계사 3곳과 서비스 사용을 협의 중"이라며 "프라이빗 블록체인을 사용해 시중가보다 가스비를 저렴하게 책정하고, 가상자산 사업자 등록을 하지 않아도 NFT를 발행하고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기술"이라고 설명했다.
이같은 기술이 공급된다면 최근 유통업계 최대 화두인 NFT 기반 멤버십 서비스를 누구나 간편하게 구축하고 운영할 수 있을 것으로 한 팀장은 예상했다. 실제로 가장 많은 수요가 발생하는 부분도 멤버십 영역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 팀장은 "DT는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일하는 방식이나 업무 프로세스 전반에 혁신을 가져오는 것이며, 핵심은 쉬워야 한다는 것"이라며 "신세계아이앤씨는 사용자들이 업의 본질에 충실할 수 있도록 하고, 거기에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지원하는 등대가 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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